한국ai속기사협회

청각장애학생 학습지원 속기
박지희 속기사
학습지원속기사는 어떤 일을 하는지요?

현재 저는 국립특수교육원의 터줏대감이라고 할까요? 가장 오래된 속기사이자 7년째 근무해오고 있는 베테랑속기사입니다.

저는 전국의 장애학생들이 교실 또는 강의실 안에서 비장애학생들과 동등하게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원격지원센터에서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속기를 지원해 주는 업무를 하고 있는데요. 쉽게 말해 강의자막을 만들어 준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TV에 자막을 입히는 자막방송속기사가 있다면 저희는 장애학생 개인을 위해 노트북에 자막을 입혀주는 일종의‘교육 자막방송속기사’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강의내용을 그대로 작성해주는 것이 아닌, 좀더 이해하기 쉽게, 앞뒤 문맥 상황에 맞게 풀어쓰기도 하고 요약, 수정을 해주기도 하지요. 그래서 속기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 외 시간에는 수업지원을 안정적으로 하기 위해 장비 관련 교육을 받고, 학교와 테스트를 진행하거나 지난 수업 번문, 다음 수업 예습을 하고요. 학생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과 라포형성을 위해 같이 수업 들어가거나 같은 학교를 지원하는 속기사님들과 정보 및 의견교류를 하는 시간도 갖곤 합니다. ^^학생이었다가~ 선생님이었다가~ 친구였다가~ 속기사이긴 하지만 여러 가지 역할을 모두 담당하고 있네요. 이렇게 말하고 보니 정말 멀티속기사네요? ^^

학습지원속기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이 필요할까요?

무엇보다도 장애학생들을 이해할 수 있는 포용력이 필요해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장애학생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어야 서로 즐겁게 지원을 주고 받을 수 있거든요. 또한 저희는 다양한 교과목을 지원하기 때문에 그만큼 많은 준비와 공부가 필요해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띄어쓰기나 맞춤법, 표준어, 간단한 기호 사용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어요. 아무래도 청각학생들이 문법적으로 취약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속기사들이 작성한 내용을 보고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를 배우기도 하거든요. 책임감이 더 막중하죠?

여러 교과목을 기록해야 하다 보니 기호면 기호, 언어면 언어, 어떤 교과목을 지원 하더라도 막힘이 없어야 되다 보니 다방면으로 기록을 잘 해야 하는데요. 특히 학습지원속기사는 일반학생이 아닌 장애학생들을 위한 실시간 강의록 작성이기 때문에 쉬운 영어 단어라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써줘야 해요. 예를 들어 수업내용 중 ‘Friendship’이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 영어 그대로 속기하기보다는 학생이 이해하기 쉽도록 ‘우정’이라는 말로 풀어서 기록해주는 순간적인 임기응변 능력이 필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수업 외적인 사소한 농담이라든지 교실에 퍼지는 웃음소리, 여러 상황들을 보충설명해서 전달해야 하는데요.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실시간으로 전달해줘야 하기 때문에 학생의 지식을 파악하여 문맥, 상황에 맞게 순화해 주는 순발력 정도는 발휘해줘야 되겠지요? 수정시간이 따로 없고 실시간으로 기록한 속기내용 그대로 장애학생이 공부하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요약하는 속기사의 직관능력을 필요로 해요. ^^

근무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제가 담당했던 한 고등학교 청각장애 학생은 처음에는 수업시간마다 졸고, 선생님이 답을 물어보시면 제가 입력해준 속기 내용 안에서 찾으려고 하지 않고 아예 답을 따로 표시 나게 적어달라고 해서 난감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했었어요. 그런데 그 학생이 학기 중반부터는 태도가 바뀌면서 수업시간에 절대 졸지 않더라고요. 다른 비장애학생들조차 강의내용이 지루해서 눈이 감기는 와중에도 그 학생은 졸지 않으려고 눈을 비벼가면서 속기내용을 열심히 보더라고요. 그리고 나중에는 교사 분께서 문제를 내주셔도 제가 입력해준 속기내용 안에서 답을 찾아서 제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요. 그것도 뿌듯했는데 어느 날 이 학생이 대학교에도 속기사 선생님을 지원해주는 학교가 있다고 하면서 대학교에 갈 결심을 했다고 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중학교 때부터 원격교육지원을 받았더라면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지금보다 더 좋은 대학교에 지원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고도 얘기를 하면서요.

그 학생의 변화를 실제로 곁에서 지켜보고 나니 정말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단순히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에게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스스로가 뿌듯하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했답니다. ^^

학습지원속기사의 전망과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

혹시 청각장애인 중 단 6%만이 수화를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저도 최근에 알게 되었는데 너무나 충격적인 수치였어요. 현재 청각장애 학생들 중 소수만 중·고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속기 지원을 받고 있어 다른 많은 청각장애 학생들도 이런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속기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인데요. 그나마 최근에는 한국복지대학교에서 원격교육지원 속기가 가능해지면서 청각장애 대학생들에게 배움의 기회가 조금씩 늘어가고 있고, 저희 국립특수교육원 원격교육지원센터에서도 청각장애학생을 위한 원격속기 지원이 활발해졌다는 점에서는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지요.

아직까지 청각장애 학생들 모두를 속기지원 해줄 수는 없지만 장애인인권에 관한 긍정적인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 이것만 보더라도 앞으로 전망은 매우 밝다고 생각해요. 주변에 혹시라도 청각장애인분들이 계시다면 저희가 제공해드리는 원격교육지원의 혜택을 받아보시면 좋을 것 같고요.

후배님들 중에서 배우고자 하는 열정만 있으면 충분히 이룰 수 있는 일이니 어렵게만 생각하지 마시고 학습지원속기사의 길에 꼭 도전해보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