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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AI 뜨면 사라진다?…"쏠쏠한 부업" 요즘 인기 폭발 이 직업

      관리자 2023-02-27 1828


      “저희는 3월 개학 시즌에 일이 폭발적으로 늘어요. 1~2월이나 8월은 방학이라 일감이 줄죠.”

      16년 경력의 속기사 손효진(40)씨의 말이다. 손씨는 “요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가 많아지면서 일감이 늘었다”며 “학생들의 비언어적 표현을 현장감 있게 살리고 경찰·법원 제출용 공증도 받으려면 반드시 속기사의 손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기술에 의해 빠르게 대체될 직업으로 여겨져 온 속기사 업계가 오랫만에 활기를 되찾고 있다. 학교폭력 분쟁 증가와 영상 콘텐트의 약진 등으로 틈새 시장이 생기면서다.

      ‘학폭위 필참’ 속기사들…“개학하면 일거리 폭발”

      ‘말의 사진사’, ‘현대판 사관’ 등으로도 불리는 속기사는 중요한 말이 오가는 곳마다 자리 한켠을 지키고 있다. 국회와 법원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속기를 부업이 아닌 주업으로 하는 전문 속기사만 100명이 넘게 있는 국회에선, 매 회의마다 모든 참석자의 발언을 단어 하나 빠트리지 않고 기록한다. 행동이나 회의장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이 속기를 거쳐 지워지지 않는 역사가 되기 때문이다. 192시간 넘게 끊임 없이 말이 쏟아진 2016년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당시 이런 속기사들의 활약이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일의 중요도에 비해 속기사라는 직업의 미래 전망에는 먹구름이 가득했다. 머지 않아 AI로 대체되고, 직업자체가 사라질 거란 예측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뜻밖의 영역에서 기회들이 열렸다. 우선 학교 폭력에 엄격해진 분위기에 맞춰 회의록을 엄중하게 관리해야 하는 ‘학폭위’가 빈번해졌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학폭위 심의 건수는 2020년 8357건에서 2021년 1만5653건으로 폭증했다. 반길 만한 일은 아니지만, 속기사들에겐 새로운 일거리가 생겨난 것이다.

      속기사는 학폭위에서 속기와 회의록 검수를 도맡는다. 학폭위에선 재판과 마찬가지로 참고인 진술이나 증거 제출도 이뤄지는 만큼 공증 문의도 활발하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폭위는 소송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비해 속기사를 대동하는 게 일반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원한 한 속기사는 “학폭위에서 질문을 받으면 어린 학생들은 말 대신 고개를 젓거나 끄덕임으로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것들은 기술로 인식할 수 없다. 사람 속기사가 잘 포착해야만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K-콘텐트 인기에 속기 교육도 사람 몰려… 부업으로도 인기

      유튜브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같은 영상 콘텐트의 인기도 속기 시장의 새로운 동력이다. 특히 한국 콘텐트 열풍과 함께 한글 자막에 대한 시청자들의 수요가 높아졌다. OTT 프로그램의 경우 대부분 해외 진출까지 염두에 두고 있어, 정확한 외국어 자막을 달기 위한 한글 자막 의뢰가 증가하는 추세다. 속기사 박세원(43)씨는 “번역 대행사에서 작업을 하기 전 속기 사무소에 한글 자막을 먼저 달아 달라고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영상 콘텐트가 늘면서 일자리를 위협하는 적으로만 여겨졌던 AI와 협업을 하는 새 시장도 생겼다. 홈쇼핑이나 유튜브 라이브 등 ‘실시간 자막’ 시장이다. 기존엔 청각 장애인용 자막 방송을 위한 속기가 주였다면, 이제는 AI가 실시간 영상에 빠르게 초벌 자막을 입히고 속기사가 보완하는 식으로 ‘없던 수요’가 생겨난 것이다. 속기 지원 서비스 회사 팀벨의 윤종후 대표는 “4~5년 전만 해도 속기사들이 AI에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있었지만, 이젠 다들 AI를 활용해 일한다”며 “사람이 하는 기존의 속기만으론 채울 수 없었던 라이브 자막 등의 일거리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AI속기사협회 관계자도 “라이브 콘텐트 자막 의뢰가 많아져 속기 교육을 매달 진행하고 있는데, 한 달에 수십 명씩 지원할 정도로 인기”라고 말했다.

      이처럼 의외의 시장들이 생겨나고 커지며 속기를 부업으로 하는 프리랜서들도 느는 추세다. 특히 장소나 정해진 업무 시간 등에 크게 얽매이지 않아도 돼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다. 프리랜서 주부 속기사 최모(36)씨는 “타자기만 있으면 어느 곳에서나 일 할 수 있어 남는 시간을 활용하기 좋다”고 말했다. 한국AI속기사협회 관계자는 “최근 속기사 수요가 굉장히 늘어 자격증이 없는 분들도 일거리 찾기가 어렵지 않다”며 “과거에는 자격증을 따고 공무원이 하고 싶어 속기사를 했다면, 지금은 쏠쏠한 부업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43166#home)

      23.02.26 (일)